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계절의 끝으로

'한 계절을 건너 우리는 다시 여름의 절정으로 치닫는 중'

망했다. 요즘 부쩍 늦잠을 잔다. 오늘도 눈을 뜨니 9시 43분. 이럴 때 보면 생체리듬은 참 신기해. 늦잠이어도 눈 뜨는 시간은 매일 얼추 비슷하다. 빵이 다 떨어졌다. 냉동실에 그 많던 빵을 결국 다 먹었구나. 토마토와 상추도 없다. 커피를 텀블러에 담고 잠옷바지는 그대로, 티셔츠만 갈아입고 모자를 푹 눌러써 집을 나선다. 오늘은 노트북도 챙겼다.

이 심심한 동네도 유일한 자랑 하나가 있다. 빵집 이름은 브루앤브레드. 아마 젊은 부부가 하는 것 같은데, 남자 사장님이 모든 빵을 만드시고 여자 사장님은 커피와 샌드위치 제조를 맡는다. 일주일에 최소 나흘을 샌드위치를 먹는 사람으로서 샌드위치는 이 집이 제일이다. 웃긴 건 속은 별 게 없다. 작은 바게트에 홀그레인 머스타드를 바르고, 상추와 토마토, 아메리칸 치즈와 햄 사이에 통후추를 톡톡 뿌린다. 이 단출한 모임은 인증된 결집. 아마 이 샌드위치의 맛을 결정하는 건 바게트일 것이다. 하지만 아쉽게도 이 친구들을 잠시간 안녕이다. 사장님이 일주일간의 달콤한 휴가를 떠나셨거든. 당연했던 선택지가 사라진 나는 일각 방황한다. 여느 날처럼 매미는 찌르르르 울어대지. 고개를 조금 넘어 뚜레쥬르에 들어선다. 여긴 자리가 넓고 많아서 좋다. 운 좋게 남아있던 창가 앞 소파자리. 앉은 높이가 딱이다. 미키 모양의 치즈빵이 꽤나 맛있다.

할 일을 대충 끝내고 문득 떠오른 블로그에 글을 쓰고 있다. 벌써 다섯 달이 지나 누군가 알려준 서식용 단축어들은 잊어버린지 오래. 아쉬운대로 이 빽빽한 활자들에 만족하려 한다. 어차피 애초에 승부보고 싶었던 건 글이니까. 노트북을 자주 켜야겠다. 이 도메인을 즐겨찾기에 추가하고 그저 살기만 할 수 없을 것 같을 때 속절없이 생각나는 하얀 백지이기를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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